<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스포일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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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전(4.27)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이하 '시빌 워')가 개봉했습니다. 개봉 전 예매율 95%이라는 어마무시한 기록을 세우더니, 개봉 후에도 여러 가지 기록들을 갈아엎고 있습니다: 개봉일 관객수 1위, 2일만에 관객수 100만 명 동원, 스크린 점유수 1위 등등. 스크린 독과점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다만 이것은 수요가 워낙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홍보도 그만큼 하긴 했지만).
개봉 전부터 이미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이기도 하죠. 그 동안의 히어로 영화의 단골 주제였던 히어로 vs. 빌런 의 구도에서 벗어난, 히어로와 히어로 사이의 이념 대립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제작된 영화죠. 정의닦이도 슈퍼맨 vs 배트맨이지만 넘어가자 그 외에도 '시빌 워'가 데뷔작이 된 마블 스파이더맨과(이전의 스파이더맨 영화는 소니에서 제작했죠) 블랙 팬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습니다. 그리고 예고편에서처럼 공항에서의 6:6 대격돌만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정의닦이와는 달리 역시 마블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한 영화였습니다. 코믹스 원작과는 좀 다른 전개였지만, 스토리도 정말 잘 풀어냈고, 분량 배분도 적절했고 (스토리 상 아이언맨, 캡틴, 윈터 솔져의 비중이 높았지만, 누구 하나 티나게 처지는 히어로는 없었습니다) 히어로 영화라면 빠질 수 없는 액션 신 또한 출중했습니다. 이제부터 제 나름의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시빌 워' 이전에 보면 좋을 영화
-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 이 두 영화는 캡틴과 아이언맨의 소코비아 협정에 대한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소코비아 협정의 주된 계기가 되는 소코비아 사태를 다룬 영화이기도 하죠.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의 쉴드의 붕괴도 '시빌 워' 내에서 로스 장군이 소코비아 협정 얘기를 꺼낼 때 언급한 소재입니다.
주의: 이후의 내용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셨고,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경우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1. 소코비아 협정에 대한 자유 (캡틴 아메리카), 규제 (아이언맨) 사이에서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영화입니다. 아이언맨은 <어벤져스>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거치면서 안전, 평화를 지키려는 신념을 가지고 있죠.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울트론을 만든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아이언맨이었죠. 반면, 캡틴 아메리카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프로젝트 인사이트'가 과잉 규제, 진압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고 이는 결국 쉴드 내에 기생하고 있던 하이드라의 영향력이 작용했었죠.
2. 다만 이것'만'이 영화의 메인 주제는 아니었습니다. 예고편에서 아이언맨 vs. 캡틴 & 윈터 솔져 의 결투 장면이 나왔는데,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죄를 뒤집어쓴 윈터 솔져를 지키기 위한 것인줄만 알았죠.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아이언맨의 부모님과 관련된 지극히 개인적인 대립이었죠. 이 과정에서 윈터 솔져는 의수를 잃었고, 아이언맨과 캡틴은 감정 상태가 나락까지 떨어지게 되죠. 결투 이후의 아이언맨의 이 대사는 그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방패는 네 것이 아냐. 넌 가질 자격이 없어! 그건 우리 아버지가 만드신 거야!"
다만 이후의 전개에서, 캡틴이 래프트에 갇힌 동료들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로스 장군의 협조 요청을 쿨하게 무시하는 것을 보면 둘 모두 그 때의 앙금은 좀 가라앉은 것으로 보입니다.
3. 예고편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지만, 뚜껑을 열고 나니 헬무트 지모 (원작의 제모 남작)가 이번 영화의 숨겨진 메인 빌런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윈터 솔져가 누명을 썼던 폭파 사건도 실은 지모가 변장하고 일으킨 사건이었고, 윈터 솔져를 세뇌시키는 암호를 알아내 조종한 것도 그였고, 세 주인공이 모여 싸우게 만든 것도 전부 헬무트 지모의 계획이었습니다.
특수부대 출신이긴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오직 인간적인 능력만으로 어벤져스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고 간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히어로 영화의 빌런으로서는 접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빌런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녹음된 아내의 목소리를 듣는다거나 목적이 끝난 후 자살하기 전,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그의 씁쓸한 표정은 그를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인 면모를 버리지 않은 것 또한 매력적입니다.
4. 개인적으로 앤트맨의 합류 이유가 좀 아쉽습니다. 다른 히어로들은 다 나름의 신념이 있다거나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블랙 팬서) 각각의 진영에 합류했는데, 앤트맨은 그저 캡틴 아메리카의 광팬이라는 이유 때문에 참가했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같은 개그 캐릭 포지션인 스파이더맨도 나름의 신념이 있었는데, 앤트맨은... 거대화 했으니 봐준다
5. 캡틴을 바라보는 팔콘과 윈터 솔져의 아빠미소. 이 외에도 영화 내에서 둘의 케미가 자주 나옵니다. 정작 나이는 캡틴이 훨씬 많음 사진 출처
6. 크로스본즈의 비중이 원작에 비해서 많이 작았죠. 원작 코믹스에서는 캡틴 아메리카를 죽인 범인이었는데 영화에도 출연한다고 하니 팬덤의 걱정이 좀 많았는데, 알고 보니 영화에서는 영화 초중반에 자폭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다만 이것이 완다의 컨트롤 미스와 겹쳐지면서 소코비아 협정의 또 하나의 원인이 되었죠.
7. 완다 (스칼렛 위치)와 비전이 연인으로 발전할지는 아직까지는 미지수입니다. '시빌 워'에서는 비전이 완다를 지켜주려고 하면서 케미가 좀 돋나 싶었지만, 이게 좀 과하다보니 완다 입장에서는 보호가 아닌 감금으로 느끼게 되었고, 캡틴 팀에 합류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죠. 이 둘의 케미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이후의 영화들을 지켜봐야겠네요.
8. 블랙 팬서의 성공적인 데뷔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파이더맨보다 더 주목 받을 것 같은? 더 주목받길 바라는? 캐릭터입니다. 위 사진의 간지는 덤입니다. 영화에서도 뭐랄까, 왕족으로서의 품위가 느껴지는 듯한 연기를 보여줬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절제된 분노 연기, 헬무트 지모-아버지를 죽인 진범-의 자살을 막으면서 개인적인 복수를 포기하는 대신 법의 심판에 맡기는 모습은 정말 폭풍간지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트 입었을 때의 액션 신보다도 윈터 솔져가 세뇌당해 탈출하는 중 맨몸으로 싸우는 장면이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러모로 블랙 팬서 솔로 무비가 기대됩니다. Your highness.
8-1. 영화 내에서 다른 인물들이 블랙 팬서에게 Your highness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보통 Your highness는 왕족에게 표현하는 존칭이고 Your majesty 라는 표현이 왕에게 쓰는 존칭이라고 합니다. 출처: 옥스포드 사전
9. 스파이더맨에게도 데뷔작으로서 성공적인 영화였습니다. 액션신도 수준급이었고, 전투 중에도 멈추지 않는 수다는 역시 스파이더맨 다웠습니다. 이모가 젊고 더 이뻐졌다더라 그리고 의외로 상당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자동차를 양손으로 받아낸다던지, 윈터 솔져의 펀치를 한 손으로도 막아내는 등, 여태까지의 일반적인 인간 히어로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헐크는 제외 비록 캐릭터의 비중은 좀 아쉬웠지만, 솔로 무비를 기대하기에는 충분한 데뷔작이었습니다.
리뷰 때문에 집안일이 미뤄지다보니 더는 길게 못쓰겠습니다. 쓸 거리도 더 안떠오르고... 꼭 보세요, 두번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