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엑스맨: 아포칼립스> 스포일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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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흔한공돌이 입니다. 약 2주 전 (5월 25일) <엑스맨: 아포칼립스> (이하 <아포칼립스>) 가 개봉했습니다. 영화 엑스맨의 세계관을 싹 갈아엎은 영화였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이하 <데오퓨>) 의 후속작이죠. 20세기폭스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개봉 일자를 살펴보니 <데오퓨>와 <아포칼립스> 모두 5월 말에 개봉했더군요. 신기방기.
뭐 여튼, 저번 일요일에 여자친구와 같이 봤습니다. 흥행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6월 4일 200만을 돌파했으며, 오늘(6월 8일 21시 기준) 270만을 넘어섰네요. 같은 엑스맨 영화인 분위기는 너무나 다른 <데드풀>의 최종 흥행 성적인 331만 명을 넘어설까요? 개인적으로는 <데드풀>이 청불 등급을 받아서 <아포칼립스>가 그 성적을 넘어서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압도적으로 넘어서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어벤져스>를 위시한 MCU 시리즈와는 달리, 엑스맨은 아직 국내에서는 그만한 영향력이 없으니까요. 300만 중후반 정도를 예상합니다.
이번 <아포칼립스>를 제 맘대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스토리는 괜찮은데 좀 난잡하고 액션신은 별로인 영화라고 해볼 수 있겠습니다. 별점을 매기자면 별 3개 정도?
0. 이후의 리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아포칼립스>를 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주의해주세요.
1. 예전에 엑스맨 영화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전작인 <데오퓨>를 무조건 봐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데오퓨>와 배역, 배우가 겹치는 경우는 꽤 많지만(진 그레이와 사이클롭스 빼면 배우는 동일합니다), <데오퓨>에서 세계관을 갈아엎었기 때문에 참고사항 정도로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예전 엑스맨 영화를 좀 보다가 <데오퓨>는 보지 못했을 경우에는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설정이 뒤엎어졌으니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을테니까요.
2. 매그니토(에릭)의 스토리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데오퓨> 워싱턴 사건 이후 매그니토는 신분을 숨긴 채 잠적했지만, 사고로 인해 능력을 타인에게 드러내게 되고, 결국 이로 말미암아 인해 아내와 딸이 죽게 되자 그는 다시 한 번 분노하며 신을 원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중에 아포칼립스의 '포 호스맨'에 참여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이게 당신이 원하는 거냐!! 이게 내 본성이야? ...이게 내 본성이냐고..?
이후 포 호스맨이 된 후에 세레브로를 통해 프로페서 X(찰스)와 에릭이 대화하는 장면에서도 에릭의 감정선이 잘 드러났습니다.
다만, 이후 마지막 전투씬 이전까지는 매력적인 캐릭터인 매그니토가 아니라 그냥 아포칼립스의 쩌리 1이 된 것만 같은 아쉬운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미스틱과 퀵실버에 의해 설득당하고 아포칼립스를 죽이는 데에 일조했습니다.
3. 나머지 세 명의 포 호스맨은 하나같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왜 포 호스맨이 되었는지가 의문입니다. 세상에 대한 환멸과 분노가 이유라고 설명할 수 있는 에릭과는 달리, 스톰 / 사이록 / 엔젤은 하나같이 심심합니다. 스톰은 그냥 처음 마주친 돌연변이라서, 사이록은 그냥 우연히(스톰과 아포칼립스가 같이 찾아간 곳에서 사이록을 마주쳤죠), 엔젤도 그냥 사이록의 소개로 아포칼립스를 만났을 뿐인데 포 호스맨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아포칼립스가 버프를 걸어줘서, 라고 하기엔 아쉽기만 한 전개죠. 아포칼립스가 버프를 선불로 줬는데 '나 니 편 안할래' 했으면 끔살당하긴 했을듯 그것도 방문서비스인데
3-1. 스톰부터 얘기를 하자면... 일단 저는 배우가 바뀐 줄 알았습니다. 원래부터 스톰의 피부톤이 어두운 편이긴 했습니다만, 처음부터 이집트의 좀도둑으로 나오다보니 설정 변경 수준이 아니라 아예 배우도 바뀌었구나 싶었죠. 지금 리뷰 쓰면서 동일인이라는걸 깨닫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배우 얘기는 이 정도로 마치고... 영화 내에서의 비중이 공기 수준입니다. 등장 인물이 워낙 많기 때문에 누구는 많이 출연하고 누구는 적게 출연하고 이런게 있긴 한데, 포 호스맨이라는 역할에 걸맞지 않은 공기 비중이라는 것이 문제겠죠. 빌런인 아포칼립스의 첫 번째 기사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질 않았습니다. 스톰의 극중 역할을 꼽아보자면, 아포칼립스가 사이록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준 것과(그나마도 스톰이 의도한 것이 아닌 우연이었죠) 엔젤의 죽음과 아포칼립스의 태도에 염증을 느끼고 그를 배신한 것 정도?
액션의 화려함만 보자면 광선검밖에 없는 사이록과 날아다니기만 한 엔젤에 비해서는 낫긴 하지만, 이전 시리즈에서 주연급 비중을 보여줬던 스톰이 이렇게 공기, 병풍이 되어버려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3-2. 사이록은... 딱히 쓸 말이 없을 정도네요. 스톰을 능가하는 공기 비중을 자랑하는 것 빼고는... 자동차에 깔릴 뻔한 스톰을 자동차를 이등분해버려서 구해준 것이 최대의 액션씬이 아니었나...
아포칼립스가 죽고 나서 조용히 퇴장하는 모습으로 보건대 후속편에서 출연할 여지는 남겨뒀네요.
3-3. 엔젤은 그래도 위의 두 명의 기사보다는 비중이 있는 캐릭터일수도 있었습니다...만 단명했죠. 포 호스맨이라는 역할의 비중에 맞지 않는 허무한 죽음과, 아포칼립스의 "쓸모없는 것" 이라는 대사는 그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요소들이었습니다.
액션도 특별히 보여준 것이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강철 날개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받았음에도 유효타로 먹히지는 못하고, 그나마 날개를 이용한 기동성도 나이트크롤러에 완전히 막혀버린 것 등, 아쉬움만 남기는 기사였습니다.
4. 미스틱이 주인공에 준하는 비중을 보여준 것은 의외였고, 다행히 그런 높은 비중을 잘 소화해냈습니다.
<데오퓨>의 워싱턴 사건에서의 미스틱의 활약 때문인지, 자비에 영재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그녀를 동경하고, 일반인 학교에서도 그녀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등, 그녀의 입지가 이전 영화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 배경이 되었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이런 시선들이나 여러 뮤턴트들이 그녀를 영웅처럼 따르려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했지만, 이후 카이로 전투신이나 최후반부, 엑스맨들의 훈련 조교로서 나설 때는 책임감 있는 늠름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후의 엑스맨 영화에서 미스틱이 전투 내에서의 실질적 리더로서 행동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너희가 뭘 배웠든 전부 다 잊어. 하나도 중요하지 않으니까. 너흰 어린애가 아니야. 학생도 아니지. 너희는 엑스맨이야.
5. 프로페서 X(찰스)는 이번에도 엑스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아포칼립스에게 붙잡혀 메신저안테나 역할을 하게 됐음에도 진 그레이에게 비밀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마지막에는 아포칼립스의 말이 아닌 자신의 의지를 모든 이들에게 보내기도 했죠.
모든 힘 있는 자는 힘 없는 자들을 지켜라
아포칼립스는 자신을 바로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대신 대머리로 만들고 몸을 뺏으려고 했지, 그걸 알 길이 없는 찰스로서는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었죠.
이후 아포칼립스에게 계속 잡혀서 신체와 정신 조작 능력과 머리숱을 뺏길 뻔했지만 나이트크롤러에 의해 극적으로 탈출하고머리는 구하지 못했다 자라나라 머리머리, 이후 아포칼립스와의 정신세계 내의 전투 신에서 간지가 넘쳐 흐르는 대사들을 쏟아냅니다.
내 세계에 어서 와라!
넌 혼자지만 우린 혼자가 아니야
이후 전투가 종료되고, 미스틱이 엑스맨들을 훈련시키는 것을 지켜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동안의 전투를 최대한 지양하는 그의 행보와는 약간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심경이나 생각에 변화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겠죠.
6. 퀵실버는 전작인 <데오퓨>에 이어 이번에도 유쾌한 신스틸러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자비에 영재학교에 딱 찾아갔을 때 학교가 폭발하려고 하자, 특유의 슬로우모션 씬을 통해 학교 내의 모든 사람들을 구출해냅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사이클롭스의 형인 알렉스(<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의 하복)는 퀵실버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폭발에 휩쓸려 구해내지 못했죠. 이 때문에 슬픔에 휩싸인 사이클롭스를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아포칼립스와의 전투에서도 잠깐이지만 그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래도 나름 메인 빌런답게 금방 퀵실버가 제압당하긴 했지만요다리는 왜뿌러뜨리냐 나쁜놈.
그래도 미스틱이 주도하는 엑스맨 훈련 때는 다리가 멀쩡한 채로 훈련에 참여하는 모습도 보여줬으니, 이후 영화에서도 퀵실버를 계속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7. 진 그레이와 사이클롭스(이후 스콧)는 나이트크롤러와 함께 스트라이커 대령에게 잡힌 엑스맨들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습니다. 사실 그 전에 학교에서도 둘을 엮으려는 듯한 스토리가 있었죠. 다른 뮤턴트 학생들에 비교하더라도 둘의 능력은 파괴적인 면모가 강하다보니 처음 만나고서부터 통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포칼립스와의 전투에서도 진 그레이, 사이클롭스와 다른 이들의 협동 공격으로 전투를 끝내는데 일조했습니다.
특히 진 그레이의 경우 피닉스 포스를 발산하면서도 이전 <엑스맨 3>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파괴적인 무의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작과는 달리, 찰스가 그녀를 믿고 힘을 내뿜으라고 했던 걸로 봐서는 전작의 그 무의식이 생겨나진 않았던 듯 합니다. 앞으로의 그녀의 능력이 기대되네요.
캐릭터는 더 생각이 안나고, 졸리기도 하니 캐릭터 설명은 여기까지
8. 선술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액션신에서는 불합격입니다. 아 물론 퀵실버의 학교 탈출신은 걸출했습니다만, 이번 영화가 퀵실버 단독 영화도 아니고 이 탈출신을 메인 액션신으로 삼았을리도 없을테니까요.
매그니토의 전지구적 파괴 장면은 '헐 ㄷㄷ' 라는 생각은 들 법도 하지만, '우왕 짱이당, 멋있어' 같은 생각은 들지를 않았습니다.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단 소리죠.
아포칼립스와의 전투 씬도 화려하기는 했는데 박진감이 넘치는 느낌은 잘 없었습니다. 어벤져스의 액션이 주로 치고받는, 그래서 박진감이 쉽게 느껴지는 것인 반면에, 엑스맨의 액션은 초능력을 통한 파괴적인 것에 좀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약간 정적이라는 느낌도 들었구요.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9. 그리고 영화가 좀 난잡하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인물 소개만 3-4시간 쓰다가 지칠 정도로...
2시간여 되는 영화 안에 10명 이상의 캐릭터를 집어넣다보니 산만, 난잡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게다가 그 중 상당수가 이전에도 나왔지만 <데오퓨>로 인해 이번 영화에서 새로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캐릭터들이라 거기에서 상당히 시간을 잡아먹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전개도 좀 꼬여버리고 템포토 이상해지고 하는 단점이 나오게 됐죠.
10. 아포칼립스는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아포칼립스> 말고 빌런 아포칼립스. 공식 영화 소개 문구(아포칼립스 VS. 엑스맨 거대한 전쟁이 시작된다!)에 어울리지 않게 전투가 전혀 거대하지 않았습니다. 분명 언급으로는 최초, 최강의 뮤턴트라는 식으로 묘사가 되고 자신의 포 호스맨의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등 분명 그 능력은 엄청난 것처럼 묘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액션신을 까고 보니, 거대한 전쟁은 무슨.. 능력 발휘도 제대로 안하고 찰스만 대머리 만들어놓고 엑스맨들에게 다굴 당하다가 끔살당했습니다. 그나마 사실 지구 파괴도 아포칼립스가 직접 한 게 아니고 능력을 강화시킨 매그니토가 했던 것이죠. 아포칼립스가 영화에서 했던 것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전세계 강제 비핵화? 사실 그는 세계평화주의자였다 카더라
뭔가 더 쓸 게 있었던거 같긴 한데... 졸려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여튼, 엄청난 수작은 아니지만 괜찮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영화 자체보다는 <데오퓨> 이후 새로운 세계관의 첫 다리를 놔주는 영화로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