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성 대장염 투병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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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의 관해기

22년 1월에 다시 한번 혈변이 나오고, 2월에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고나서 약 1년 간은 다행히 별 증상 없이 관해기가 이어졌다. 메자반트 2알과 펜타사 1알도 최대한 매일매일 투여했다. 1년간 한 20일 정도 빼먹은듯 싶다. 식단도 덜 짜고 덜 맵게 바꿨는데, 운동하면서 어차피 어느 정도 조절을 했던 터라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매운닭발, 불닭볶음면을 못 먹게 된 것은 아쉬웠지만. 근데 또 일반적인 수준의 매운 음식은 별 문제 없더라. 그냥 딱 과하게만 안 먹으면 될 것 같다.

 

근데 예상 외의 복병이 있었는데, 바로 ‘술’이었다.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지는 않았지만, 주량이 소주 2병 정도로 약한 편도 아니고 친구/지인들과의 술자리가 생기면 마다하지 않고 기분좋을 정도로 마셔왔었는데 한순간에 소위 ‘술찌’가 되어버리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술자리가 생길 때마다 이걸 해명해야 하는 것도 좀 귀찮고.

아 근데, 회식에서 술을 안 마실 수 있는 무적의 회피기가 생긴 건 좋다.

 

일시적인 혈변 재발

그러던 중, 22년 12월에 증세가 잠깐 재발했다. 3일 정도 복통과 무른 변이 나오면서 새벽에 깨서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다가, 4일째 되는날에 혈변이 나왔다.

그래서 오후에 반차 내고 대장내시경 받았던 병원에 갔는데 이게 웬걸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는거 아니냐, 왜 여기로 왔냐"고 하더라...? 아니 난 뭐 급하게 약처방이라도 받고 싶어서 간건데... 잘은 모르지만 병원 시스템이 내맘대로 돌아가는 건 아닌가보다. 그래서 일단 급한대로 대학병원에 연락해서 2주쯤 뒤로 진료일정을 잡았다.

 

근데 바로 다음날부터 증세가 급격히 호전됐다. 복통과 무른 변은 며칠 더 지속되긴 했지만 적어도 혈변은 딱 한 번 나오고 끝났다. 며칠 병세를 지켜보다가 금세 회복되길래 뻘쭘해져서 대학병원 예약한 건 취소했다. 2월 말에 또 내원하니까 그 때 물어봐야겠다 생각했는데 까먹고 안 물어봤다.

 

원인은 뭘까?

일단 바로 생각난 건 식사였다. 복통이 시작되기 하루~이틀 전, 파스타 조리를 잘못해서 평소보다 훨씬 짜게 만들어졌다. 그냥 버렸어야 했는데, 미련 곰탱이처럼 꾸역꾸역 다 처먹었다.

또 하나 좀 미심쩍은 변수가 있었는데 바로 ‘운동’이다. 솔직히 정말정말*100 우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20대 후반까지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 때는 별 일 없다가 나이 먹고나서 운동을 열심히 할 때 혈변이 터졌다.

처음 그룹 PT를 받을 때 한 번(2020년 여름), PT전문 샵에서 PT를 받을 때 한 번(21년 겨울), 헬스장 다니면서 온라인 PT를 받을 때 또 한 번(22년 겨울). 이 정도면 내 몸이 운동을 거부하나? 싶은 억측을 해도 누가 뭐라고는 못 할 거다.

 

그렇지만 정말 우연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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